반도체 스타트업을 위한 공공 MPW(멀티프로젝트웨이퍼) 활용 전략과 신청 실무 (2025년 최신 가이드)
반도체 스타트업, 특히 칩을 설계하는 팹리스 기업에게 가장 큰 부담은 실제 설계한 회로를 물리적으로 제조하여 테스트할 수 있는 실리콘 검증 단계다. EDA 툴이나 시뮬레이션만으로는 회로의 실제 동작, 신호 간섭, 전력 소모, 패키징 이후의 성능을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실리콘 형태로 검증된 결과물이 없으면 고객사나 투자자에게 제품 신뢰를 제공하기 어렵고, 양산 전 최적화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직접 파운드리 공정에 투입할 수 있는 웨이퍼 단위 생산은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이르는 비용이 필요해, 초기 기업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장벽이 된다. 이때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 바로 공공 MPW(멀티프로젝트웨이퍼) 프로그램이다. MPW는 하나의 웨이퍼에 여러 기업의 설계를 함께 실어 공동 제조하고, 이를 각 기업이 나눠서 사용하는 방식으로, 실리콘 검증을 위한 칩 생산을 극도로 저비용화할 수 있는 제도이다. 정부 및 공공기관은 이런 MPW 참여 기회를 정기적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이를 활용하면 반도체 스타트업도 수백만 원~수천만 원 수준의 비용으로 실제 테스트 칩을 확보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MPW 프로그램의 구조와 참여 전략, 활용 시 주의사항, 실무 신청 절차를 단계별로 설명한다.
① MPW 제도의 구조 이해 – 반도체 스타트업에게 가장 실용적인 제조 솔루션
MPW(Multi-Project Wafer)는 하나의 웨이퍼 공정에 여러 기업 또는 기관이 설계한 IP나 칩 블록을 병렬적으로 구성해 함께 제조하는 시스템으로, 파운드리 비용을 공동 부담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TSMC나 DB하이텍과 같은 파운드리는 일반적으로 8인치, 12인치 단위로 전체 웨이퍼 공정을 수행하는데, MPW는 해당 공정을 한국나노기술원, ETRI, KETI,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등과 같은 중개 기관이 확보한 뒤, 설계기업들을 모집해 여러 프로젝트를 조합해 하나의 웨이퍼로 구성한다. 이렇게 하면 각 기업은 개별 생산이 아닌 ‘공동 생산’ 방식으로 제조비용을 수십 분의 1로 줄일 수 있으며, 보통 수백만 원 단위로 테스트 칩 확보가 가능하다. 특히 MPW는 설계 데이터만 제출하면 실제 실리콘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설계툴만 갖고 있던 기업이 ‘칩을 갖고 있는 기업’으로 신뢰도를 높일 수 있으며, 이후 양산 단계에서 기술 신뢰도를 확보하는 데에도 매우 큰 자산이 된다. 따라서 MPW는 반도체 스타트업이 반드시 한 번은 거쳐야 하는 필수 개발 과정이라 할 수 있다.
② 주요 MPW 제공 기관과 프로그램 – 국내·해외 연계 채널을 함께 고려하라
현재 국내에서 공공 MPW를 제공하는 주요 기관으로는 한국나노기술원(KANC),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세라믹기술원, KETI,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그리고 KAIST 및 POSTECH 산하의 칩제작센터 등이 있으며, 이들은 연 2~4회 정기적으로 참여기업을 모집해 MPW 참여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KANC는 삼성 파운드리 기반의 65nm/130nm 공정 MPW를 제공하고, ETRI는 DB하이텍 또는 국내 파운드리와 연계된 공정을 중심으로 기술 검증 기회를 지원한다. 국외로는 TSMC, UMC, GlobalFoundries, TowerJazz 등의 파운드리와 연계된 유럽 유니버시티 MPW 프로그램이나 MOSIS, Europractice와 같은 글로벌 MPW 플랫폼도 활용 가능하다. 반도체 기업은 설계한 공정에 따라 어떤 파운드리가 적합한지 판단한 후, 이를 지원하는 MPW 모집 기관을 찾아 신청하면 된다. 예를 들어 아날로그 회로를 중심으로 설계했다면 DB하이텍 기반의 공정이 적합할 수 있고, 디지털 중심이라면 TSMC 기반 공정을 선호할 수 있다. 또한 일부 기관은 EDA 툴 지원과 공정 라이브러리(PDK)까지 패키지로 제공하기 때문에, MPW를 단순 제조가 아니라 ‘설계–제조–검증’까지 연계된 개발 패키지로 활용할 수 있다.
③ 신청 실무 전략 – 일정 파악, 디자인 규격 검토, 데이터 준비가 핵심이다
MPW는 모집 기간과 제조 일정을 기준으로 설계 데이터 마감이 매우 엄격하게 관리되며, 이를 놓치면 해당 기회를 다음 분기로 넘겨야 하므로 사전 준비가 철저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MPW는 설계 사양서(GDS 파일), 테스트 계획서, 칩 개요 자료 등을 포함해 제출해야 하며, 일부 기관은 설계 자문이나 DRC 검증 결과까지 요구하기도 한다. 따라서 EDA 툴 사용이 익숙하지 않거나 설계 검증을 처음 해보는 스타트업이라면, 설계 협력기관이나 칩 제작 전문 업체와 사전에 기술 미팅을 진행해 제출 데이터에 오류가 없도록 준비해야 한다. 또한 다이 크기, 레이아웃 규격, 패드 구성, 공정 파일(PDK) 버전 등도 기관별로 요구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공고문에서 요구 사양을 꼼꼼히 확인하고 이에 맞춰 설계를 최적화해야 한다. 일정은 일반적으로 2~3개월 단위로 설계 접수 → 검토 → 제조 진행 → 샘플 수령으로 이어지며, 샘플 수령 이후 테스트 보드 설계, 평가장비 연동, 패키징 등의 후속 작업을 기업이 직접 진행해야 한다. 따라서 MPW만 신청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후 평가까지의 모든 과정도 사전에 준비된 상태에서 접근해야 한다.
④ 실무 팁 – MPW 결과를 사업화와 정부과제, 투자유치까지 연계하라
MPW는 단순히 테스트 칩 확보를 위한 기술 검증 수단이지만, 이를 잘 활용하면 기업 신뢰도 제고, 국책과제 선정, 기술특례 상장, 투자유치 자료로까지 확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MPW를 통해 제작된 칩을 기반으로 실제 성능 시연 영상을 제작하고, 이를 IR 자료에 삽입하거나, 정부 R&D 과제에 ‘실리콘 검증 완료’ 문구로 제시하면 평가에서 매우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특히 반도체 분야에서 투자자들은 ‘설계만 있는 기업’보다 ‘칩을 들고 있는 기업’에 훨씬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에, MPW 결과물을 비즈니스 자산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공공기관에서 제공된 MPW 결과는 기술료 부담이 없거나 저가로 제공되기 때문에, 이를 통해 후속으로 고도화 설계를 수행하거나, 타깃 고객사에 데모 칩을 제안해 초기 수요처 확보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일부 기관은 MPW 참여기업을 대상으로 후속사업 연계, 정부과제 가점, 컨설팅 지원까지 제공하기 때문에, MPW는 단순 제조 지원이 아니라 ‘전략적 기술 사업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핵심은 결과물을 기술자료에만 넣어두지 말고, 사업 계획서, 투자 피칭 자료, 제품 소개서, 기술 IR 영상 등 모든 채널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공공 MPW는 반도체 스타트업이 실리콘 기반의 기술 검증을 저비용으로 수행할 수 있는 가장 실용적인 수단이며, 단순히 비용 절감 이상의 사업화 전략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초기 기업일수록 MPW를 통해 실제 제품을 보유한 상태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고, 투자자와 고객사에게 신뢰를 전달할 수 있으며, 정부지원사업에서도 기술 실현력을 입증하는 강력한 무기로 작용한다. 중요한 것은 단지 칩을 찍는 것이 아니라, 그 칩을 기반으로 기술 스토리를 만들고, 시장과 투자자에게 명확한 기술 근거를 제시할 수 있도록 구조화하는 것이다. 이제는 설계만 하고 있는 기업이 아니라, 실리콘을 갖고 실행하는 기업만이 시장에서 살아남는다. MPW는 그 첫 관문이 될 수 있다. 반도체 스타트업이라면 반드시 MPW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기술에서 사업으로, 아이디어에서 제품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현실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