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생태계 침입자 콜레르파 탁시폴리아

콜레르파 탁시폴리아를 처음 발견한 과학자의 이야기

news-blossom 2025. 11. 4. 11:45

콜레르파 탁시폴리아(Caulerpa taxifolia)는 전 세계에서 가장 악명 높은 침입 해조류 중 하나로, 해양 생태계를 광범위하게 파괴하며 지금도 수많은 해역에서 확산 중이다. 이 해조류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게 된 것은 단순히 퍼진 면적 때문만은 아니다. 그 배경에는 한 과학자의 예리한 관찰력과 생태계에 대한 깊은 우려가 있었다. 1980년대 중반, 프랑스 모나코 인근의 지중해 해역에서 알렉상드르 뫼프(Alexandre Meinesz)라는 해양 생물학자가 수중 조사를 하던 중, 본래 이 지역에 존재하지 않아야 할 독특한 해조류를 목격하게 되면서부터 상황은 전환점을 맞는다. 그는 당시까지는 생태계에 위협이 될 것이라 여겨지지 않았던 이 식물의 군락이 예상보다 넓게 퍼져 있는 것을 확인했고, 그 확산 속도와 생장 특성이 매우 비정상적임을 감지했다. 이 글에서는 콜레르파 탁시폴리아를 처음 발견하고, 이후 전 세계적인 경고를 울린 프랑스 해양학자 알렉상드르 뫼프의 발견 과정과 과학적 경고, 그리고 그 이후의 여정을 따라가 본다.

한 수중 조사에서 시작된 의심

1984년, 프랑스 니스 대학 해양학부의 교수였던 알렉상드르 뫼프는 지중해 연안의 수중 생태계를 조사하던 중, 모나코 해역에서 이질적인 해조류 군락을 발견한다. 해당 해조류는 길게 뻗은 엽상체와 선명한 녹색을 띄고 있었으며, 일반적인 지중해 해조류와는 다른 형태를 보였다. 그는 이 해조류가 콜레르파 속(Caulerpa spp.)임을 확인했고, 특히 택시폴리아 종(taxifolia)이라는 열대성 해조류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하지만 더욱 충격적인 것은 그 생장 범위와 속도였다. 일반적인 해조류는 바닥 기질, 수온, 조류 등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지만, 이 식물은 마치 조건과 무관하게 모래, 암석, 진흙 등 다양한 지형에 빠르게 퍼지는 양상을 보였으며, 엽상체는 며칠 만에 수 센티미터씩 자라나고 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외래종 유입으로 간주되었지만, 뫼프는 군락의 밀도와 생물 다양성 감소 현상을 분석하면서, 이것이 단순한 이식이 아니라 잠재적 생태계 파괴 행위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의 문제의식은 곧 과학적 경고로 이어졌다. 그는 1988년부터 프랑스 정부와 해양 생태 관련 기관에 이 해조류의 위험성을 알리는 보고서를 지속적으로 제출하기 시작했다.

과학적 경고는 무시당했고, 확산은 가속되었다

알렉상드르 뫼프는 콜레르파 탁시폴리아의 이상 확산을 처음 발견한 이후 수차례 학회와 정부 기관에 이 식물의 위험성을 알리는 발표를 진행했다. 그러나 당시 많은 과학자들과 정책 결정자들은 뫼프의 주장을 과장되었다고 판단했다. "해조류가 얼마나 위협이 될 수 있겠는가?"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주류였고, 콜레르파가 퍼지는 현상도 단순한 환경 변화의 일부로 보려는 시도가 많았다. 심지어 모나코 해양 박물관에서는 자체 수족관에서 배출된 이 식물이 해양에 적응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해 방류 관리에 소홀했던 정황도 확인되었다.

뫼프는 이에 굴하지 않고 직접 수중 촬영, 해저 지도 제작, 토착 해조류와의 경쟁 분석을 통해 데이터를 축적했고, 1990년대 초에는 독일과 미국 학자들과 공동 연구를 진행해 콜레르파 탁시폴리아가 내한성 품종으로 인공 개량된 형태임을 밝혀낸다. 이 품종은 독일 슈투트가르트 수족관에서 낮은 수온에서도 생존할 수 있도록 개발된 것으로, 이후 모나코 해양 박물관에 보내져 관상용으로 사용되다가 자연 해양에 유출된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는 본격적으로 세계 언론과 학술지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예리한 관찰력으로 콜레르파 탁시폴리아를 발견한 과학자

‘녹색 재앙’을 경고한 학자의 국제적 활동

1990년대 중반, 콜레르파 탁시폴리아의 군락이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연안으로 빠르게 확산되자, 알렉상드르 뫼프의 경고는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왔다. 그는 “녹색 재앙(Green Monster)”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이 해조류의 확산을 비유했고, 각국 정부에 즉각적인 확산 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그의 노력은 단지 학문적 영역을 넘어서 정치적, 국제적인 문제로 확산되었다. 그는 UNEP(유엔환경계획)와 IOC(유네스코 산하 해양학 위원회) 등과 협력해 국제 워크숍을 개최하고, 외래 해조류에 대한 조기 경보 시스템 도입을 제안했다.

특히 그는 해양 보호구역 내에서도 콜레르파가 침투하고 있으며, 기존 생태계의 회복력을 빠르게 약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실험과 관찰을 통해 입증했다. 알렉상드르 뫼프는 2000년대 초반까지 활발히 연구를 지속하며, 여러 권의 전문 서적과 보고서를 통해 이 침입종의 생태적 특성과 대응 전략을 제시했다. 그중 대표적인 저서인 『Killer Algae (2001)』는 전 세계 학자와 정책가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침입종 연구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알렉상드르 뫼프

알렉상드르 뫼프는 단지 콜레르파 탁시폴리아를 처음 발견한 과학자에 머무르지 않았다. 그는 이후 침입 해조류 연구의 선구자로 불리며, ‘침입생물학(invasion biology)’이라는 새로운 연구 영역을 해양학에 적용한 개척자로 인정받게 되었다. 당시만 해도 외래 식물이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학자는 드물었으며, 해양 식생의 변화가 생태계 구조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망한 연구도 거의 없었다. 그는 자신의 연구가 실험실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환경 보전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었고, 이 때문에 생태계 문제를 공론화하고 일반 대중에게도 경각심을 줄 수 있는 ‘과학 커뮤니케이터’로서의 역할까지 해냈다.

그는 또한 교육자로서도 많은 후학을 길러냈으며, 지금은 세계 각지에서 침입 해조류에 대한 연구를 이어가는 학자들이 그의 연구를 바탕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발견과 경고가 없었다면, 콜레르파 탁시폴리아는 아마도 더 오랜 시간 동안 생태계 파괴를 조용히 계속해왔을지도 모른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이 해조류에 대한 감시와 제거 정책이 활발히 시행되고 있는 것도, 한 과학자의 집요한 관찰과 경고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콜레르파 탁시폴리아의 침입과 확산은 단지 한 종의 해조류가 퍼진 사건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 인공 품종이 생태계를 어떻게 위협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경고였다. 그리고 이 모든 경고의 시작에는 알렉상드르 뫼프라는 한 과학자의 문제의식과 용기 있는 경고가 있었다. 그의 초기 발견이 무시당했음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데이터를 쌓고 국제적 연대를 통해 문제를 확산시킨 노력은 결국 세계 해양 생태계 보호에 중대한 전환점을 만들어냈다. 과학자의 역할은 단순히 지식을 생산하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때로는 불편한 진실을 알리고, 사회를 설득하고, 행동을 촉구하는 것이 진정한 과학자의 사명일 수 있다. 알렉상드르 뫼프의 이야기는 그 상징적인 사례이자, 앞으로 침입종 문제를 마주한 우리 모두에게 주는 깊은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