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생태계 침입자 콜레르파 탁시폴리아

콜레르파 탁시폴리아 vs 토착 해조류, 생존 경쟁의 승자는?

news-blossom 2025. 11. 3. 10:48

해양 생태계는 육상 생태계보다 더 복잡하고 유기적인 균형을 필요로 한다. 해류, 수온, 광량, 염도 등 다양한 요소가 맞물려 수많은 해양 생물이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해조류는 바닷속 생물들이 숨을 곳을 제공하고, 먹이사슬의 기반을 이루며, 해저 지형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런 바닷속 생태계를 교란하는 강력한 외래종이 등장했다. 바로 콜레르파 탁시폴리아(Caulerpa taxifolia)다. 이 식물은 원래 열대 지역에 서식하던 해조류였지만, 인공적으로 개량된 후 전 세계의 온대 해역에 침입해 막대한 피해를 일으키고 있다. 특히 유럽 지중해에서는 오랜 시간 동안 자리를 잡고 있던 포시도니아(Posidonia oceanica)와 같은 토착 해초를 밀어내며 빠르게 확산되었고, 지금도 그 영향은 계속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엔 모두 ‘해초’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 둘은 생태적 특성과 생존 전략에서 극명하게 다르며, 공존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 글에서는 콜레르파 탁시폴리아와 토착 해조류 사이에 벌어지는 해양 생태계 내 생존 경쟁의 실체를 생물학적, 생태학적, 그리고 실증적 관점에서 풀어본다. 누가 승자인지, 그리고 그 승리의 대가는 무엇인지를 함께 살펴보자.

생장 속도와 번식력에서 콜레르파 탁시폴리아가 압도적이다 

자연 생태계에서 공간은 곧 생존을 의미한다. 해저에서도 마찬가지다. 해조류는 빛을 받기 위해 바닥에 먼저 뿌리를 내리고, 가능한 넓은 면적을 차지하려 한다. 그 싸움에서 ‘속도’는 곧 지배력이다. 콜레르파 탁시폴리아는 하루 최대 3cm 이상 자라며, 한 달이면 축구장 절반 면적을 덮을 수 있을 만큼 빠르게 확산한다. 실험 환경에서는 최대 하루 4cm까지 성장한 사례도 관측되었으며, 이 속도는 포시도니아의 수십 배에 달한다. 게다가 이 식물은 줄기와 엽상체, 뿌리처럼 보이는 부분이 모두 하나의 단일 세포로 연결된 다핵 구조로 되어 있어서, 그 어떤 부분이 잘려도 그 조각 하나가 새로운 개체로 자라날 수 있다.

반대로 포시도니아는 생장이 매우 느리며, 씨앗을 통한 유성 생식과 뿌리를 통한 천천한 확장을 통해 성장한다. 하나의 군락이 몇 미터 자라는 데 수년이 걸리며, 수백 년에 걸쳐 형성된 포시도니아 초지가 콜레르파에 의해 몇 년 만에 완전히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공간을 빠르게 점령하고 자기 복제를 통해 번식하는 콜레르파의 전략은, 느리고 보수적인 생장을 택한 토착 해초를 압도할 수밖에 없다.

생화학적 무기로 주변 생물을 억제하는 콜레르파 탁시폴리아 

생장 속도뿐만 아니라 콜레르파 탁시폴리아는 화학전에서도 우위를 점한다. 이 식물은 자신을 보호하고 경쟁 생물을 억제하기 위해 자연적으로 독성 물질을 생성하는 특이한 생존 전략을 가지고 있다. 콜레르핀과 카울레르피톡신 같은 물질은 주변 해양 생물에게 식욕 억제, 성장 저해, 생식 기능 저하 등의 영향을 미친다. 일부 실험에서는 콜레르핀 성분이 바닷물에 일정 농도 이상 포함될 경우, 근처 해조류의 광합성 능력이 최대 70%까지 감소하는 현상이 보고되기도 했다.

콜레르파가 뿌리를 내린 해역에서는 초식성 생물의 접근이 급격히 줄어들며, 해양 생물은 이 군락을 먹이도 없고 숨을 곳도 없는 '사막'처럼 회피하게 된다. 반대로 포시도니아는 독성 물질을 전혀 분비하지 않으며, 오히려 각종 갑각류, 연체동물, 어류가 서식하는 복합적 서식처를 제공한다. 즉, 콜레르파는 경쟁자를 배제하며 독점적 구조를 만들고, 포시도니아는 공존을 통해 생태계를 강화한다는 점에서 완전히 상반된 전략을 가지고 있다. 결국 공생 중심의 생물은 경쟁자에게 약하고, 배제 중심의 생물은 단기적으로는 지배자가 된다. 이 지점이 바로 생존 경쟁의 방향을 결정짓는 핵심이다.

실제 생태계에서 벌어진 경쟁의 결과 

지중해의 여러 지역에서는 이미 두 식물 간의 경쟁 결과가 명확하게 관찰되고 있다. 프랑스 코트다쥐르(Côte d’Azur) 해역, 스페인 발레아레스 제도, 이탈리아 리구리아 연안 등에서는 1990년대 중후반부터 포시도니아 군락이 붕괴하고, 그 자리를 콜레르파가 차지하는 현상이 일어났다. 대표적인 사례는 프랑스 앙티브(Antibes) 해안이다. 1995년, 3제곱미터 미만의 콜레르파 군락이 처음 발견되었으나, 2000년에는 9만 제곱미터 이상으로 확산되었다. 이 지역은 원래 포시도니아가 우세했던 해역이었으며, 수십 종의 어류가 서식하는 곳이었다. 그러나 콜레르파가 확산되면서 어류 다양성은 절반 이하로 감소했고, 해저 침식 현상도 증가했다. 포시도니아는 해저를 안정시키고 퇴적물의 유실을 방지하는 기능을 하지만, 콜레르파는 그런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 그 결과, 해양 생태계의 물리적 기반마저 약화되며, 복원 가능한 생태계가 비가역적 손상 상태로 바뀌는 위험이 높아졌다.

콜레르파 탁시폴리아와 토착 해조류의 생존경쟁

경쟁의 승자가 생태계의 승리자는 아니다 

콜레르파 탁시폴리아는 확실히 생존 경쟁에서는 승자다. 하지만 그 승리는 생태계 전체의 건강을 해치는 비용 위에 세워진 것이다.

생태계에서 '승리'란 단순히 넓은 공간을 차지하거나, 빨리 자라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진정한 승리는 여러 종이 상호작용하며 생태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콜레르파가 만든 해역은 생물이 살아남기 어렵고, 먹이사슬이 무너지며, 회복이 느린 단조로운 바다일 뿐이다. 이에 반해 포시도니아는 생장이 느리더라도, 수많은 생물이 기생하지 않고 공생하며 살아가는 생태 허브를 이룬다. 초식성 어류, 조개류, 새우, 해마, 불가사리, 해삼까지 포시도니아 군락 속에서 살아가는 종의 수는 수백 종에 이른다. 콜레르파는 이 모든 것을 지워버리고 혼자 남는다. 그렇기에, 이 생존 경쟁의 승자는 생물 다양성과 생태계 유지 측면에서는 결코 진정한 승자가 아니다.

 

콜레르파 탁시폴리아는 빠르게 성장하고, 적응력이 뛰어나며, 경쟁자를 배제하는 능력이 탁월한 외래 해조류다. 그러나 그 능력은 결과적으로 생태계 전체를 단조롭게 만들고, 생물 다양성을 훼손한다. 토착 해조류는 느리고 약해 보이지만, 그 속에는 수많은 생물의 생명이 깃들어 있고,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균형이 있다. 자연은 단기적인 우세가 아닌, 장기적인 공존을 통해 건강함을 유지한다. 콜레르파 탁시폴리아와 토착 해조류의 경쟁은, 단순한 생물 간의 싸움이 아닌, 인간이 어떤 생태계를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속도보다는 균형이, 독점보다는 공존이, 바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생태계의 방향이다.